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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칼럼]대통령께 드리는 글

기사승인 2018.09.19  20: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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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와 사직을 굳건히 하소서
지면 제105호 15면 <오피니언> (2018.09.18)

 

   
김원일 식량닷컴 이사·슬로푸드문화원 원장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으로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습니다. 예로부터 새로운 나라가 세워지면 반드시 종묘와 사직을 세워 국가의 정통성과 민생의 엄중함을 굳건히 하였습니다. 선대 임금들의 신위를 모시는 종묘와 땅의 신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단은 고려에도, 조선에도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대통령님, 이 나라 백년대계를 튼튼히 하기 위해 종묘와 사직을 굳건히 하시옵소서.

지금 종로에 있는 종묘는 조선왕조 시대의 문화재일 뿐입니다. 국체(國體)가 바뀌었으니 종묘(宗廟)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나라 종묘는 현충원, 4·19민주묘지, 5·18민주묘지 등 국립묘지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왕이 만든 나라가 아닙니다. 이름 없는 의병들과 광복군으로 시작해서 6·25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용사, 4·19, 5·18, 6·10 민주항쟁에서 스러져간 민주열사들의 희생과 죽음 위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조선에 왕의 종묘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에는 민초들의 종묘가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취임 첫 해 현충일에 대한민국에 종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제대로 된 보훈 정책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갈 것임을 분명히 선언하셨습니다.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시키셨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세워주셨습니다.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태극기와 민주정부를 지키기 위해 먼저 가신 순국선열, 호국영령, 민주열사의 희생과 죽음을 위로하고 보훈하겠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에서 우리 국민 모두는 새로운 정부의 종묘가 잘 세워지는 것에 기뻤고, 대한민국의 자식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나라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됩니다. 건국 100년이 되는 동안 나라다운 나라가 되지 못했던 것은 종묘와 사직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는 김구 묘소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묘소, 윤봉길 의사 등 삼의사 묘소를 모신 효창공원을 성역화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제라도 대통령님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통해 대한민국 종묘가 굳게 세워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지금 종로에 있는 사직단 역시 조선 왕조의 유물입니다. 그나마 일제에 의해 찢기고 더럽혀진 것을 근래 들어 복원한 게 저 정도입니다. 일제는 침략 후 가장 먼저 사직단을 빼앗아 사직공원으로 격을 낮추고, 주변의 숲을 베어내어 하늘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조선에서 사직(社稷)을 지워버렸습니다. 이 나라는 그때부터 사직없는 나라로 살기 시작했고, 어느덧 100년이 흘렀습니다. 나라의 근본은 사직(社稷)에 있습니다. 땅과 먹을거리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은 땅과 먹을거리에 의지합니다. 조선의 사직이 사라진 후 아직 새로운 사직이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은 모두가 농업선진국입니다. 먹는 일에 대해 소홀하지 않습니다. 주권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헌법에 식량권을 명시하고, 식량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식량자급률은 23%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잘 모릅니다.

낮은 식량자급률로 인해 대한민국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때 식량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대한민국은 통일 한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취약한 식량 사정으로 통일 한국은 요원합니다. 기왕에 통일 한국을 향해 나간다면 8,000만 국민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식품 정책의 비전까지 밝혀 주셔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은 음식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분명히 선언해 주셔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평소 농사와 먹을거리에 대해 중요하게 강조하셨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쓰신 ‘농민은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직자’라는 방명록 글귀와 ‘GMO 표시제 강화’ 공약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부, 새로운 사직을 기대하게 하였습니다.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명문화하는 대통령님의 헌법 개정안은 농어민들에게 새로운 사직을 기대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이 취임하신 지 16개월이 지나도록 새 정부에서 제대로 된 농식품 정책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국정과제에서도 농업과 먹을거리 정책은 구태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농업환경보전에 대한 정책이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는 것이 큰일입니다. 오죽하면 농민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겠습니까?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수입 식재료가 식탁을 차지하고 첨가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한반도 고유의 다양한 식재료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세계적인 재난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국은 자신의 농경지와 식량을 지키고 친환경농업으로 생태계 유지에 힘쓰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사직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통령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보훈 정책을 제대로 펴면서 종묘를 굳건히 세운 것처럼 대통령님의 농식품 정책 공약을 다시 챙기셔서 사직을 바로 세워주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에 사직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통령님의 안녕과 건강을 축원합니다.

김원일 식량닷컴 이사·슬로푸드문화원 원장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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